오늘은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만났을 때, 내가 취할 수 있는 태도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 과거의 경험을 떠올려 보면, 나는 변화를 맞이할 때마다 크든 작든 여러 감정을 겪으며 성장해왔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분야로 이직을 준비하면서, 다시 한 번 그런 순간들이 찾아올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그때마다 흔들리지 않고 나아가기 위해서, 나 자신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4년 전, 나는 인물 상업 사진에서 제품 사진 분야로 이직을 했다. 고객을 직접 응대하고 촬영장에서 분위기를 이끌며 피사체를 조율하는 일은 익숙했지만, ‘제품 촬영팀을 이끄는 역할’은 완전히 다른 도전이었다. 팀을 리드해야 했고, 촬영 기획을 짜야 했으며, 정해진 시간 안에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했다. 개인적인 작업과는 차원이 다른 압박이 나를 짓눌렀다.
특히 처음 3개월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충격적인 시기였다. 최선을 다했지만, 팀 리더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시간이었다. 촬영의 흐름을 조율하고, 제한된 환경에서 최상의 결과물을 도출해야 했지만, 처음부터 모든 게 매끄럽게 풀릴 리가 없었다. 팀원들은 나를 리더로서 온전히 신뢰하지 않았고, 나는 그 기대와 현실의 차이 속에서 점점 더 초조해졌다.
그때의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촬영 일정이 밀리면 남들보다 더 일찍 출근했고, 예상치 못한 문제에도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노력했다. 촬영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디테일을 점검하는 시간도 늘렸다. 그런데도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나는 ‘나는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인정받지 못할까?’ 하는 억울한 감정에 휩싸였다.
그 감정이 극에 달했을 때, 모든 걸 그만두고 떠나버리고 싶었다. ‘나 같은 사람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더 이상 노력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모든 걸 던져버리고 집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면 내 속이 후련할까? 나중에 돌아봤을 때 찝찝하지 않을까?
결국, 나는 이를 악물고 끝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마지막 촬영은 음식물 쓰레기 여과기 제품 촬영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촬영장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는 혼자서 수많은 음식을 잘게 쪼개서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어야 했다. 손에 묻고, 냄새가 배고, 혼자서 조명을 조정하며 모든 구도를 잡아야 했다. 어쩌면 그 순간이 내가 느꼈던 가장 깊은 고독한 성취의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들 메인 촬영에 나가 있는 동안, 나는 묵묵히 내게 주어진 촬영을 끝까지 마무리했다.
그때의 내 심정은 나만 안다. 그 순간을 포기하지 않고 버틴 내가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그때 만약 억울한 감정에 휩싸여 모든 걸 놓아버렸다면, 나는 지금과 같은 나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억울한 감정을 당장 풀 수 없는 순간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순간에 무너지는 대신 묵묵히 내 몫을 해내면 결국 진심이 통한다는 것.
사람 사는 일이란 결국 수많은 변화를 파도타듯 넘기는 것 아닐까? 변화를 거부하거나 두려워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변화는 항상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찾아오고, 나는 다시 한 번 그 변화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제 나는 새로운 분야로 이직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또다시 낯선 환경 속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때론 내가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질 수도 있고, 내 노력이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나는 그런 순간을 넘어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그럴 때마다 그때의 3개월을 떠올리며 다시 일어설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또 한 번 넘어설 수 있고, 앞으로도 괜찮을 거야."
"열심히 해온 나를 내가 제일 잘 알잖아."
배움과 성장은 끝이 없다. 중요한 건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는 것,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변화의 파도를 다시 한 번 타볼 준비를 하며, 마음을 다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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